
인공지능(AI)과 클라우드 서비스가 성장하면서 데이터센터의 전력 소비와 냉각 비용이 중요한 과제로 떠올랐다.
서버가 처리하는 데이터가 많아질수록 열이 발생하고, 이 열을 식히기 위해 추가적인 전력과 냉각 설비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 문제를 해결할 대안으로 주목받은 기술이 해저 데이터센터다. 바닷속에 서버를 넣고 주변 해수를 냉각에 활용하면 기존 데이터센터의 냉각 부담을 줄일 수 있다는 아이디어다.
마이크로소프트의 ‘프로젝트 나틱(Project Natick)’은 이 가능성을 실제 해저 환경에서 시험한 대표적인 사례다.
다만 해저 데이터센터가 곧바로 친환경 데이터센터의 표준이 된 것은 아니다. 냉각 효율의 장점과 함께 해양 생태계 영향, 유지보수 난도, 경제성, 상용화 실적을 함께 살펴봐야 한다.
해저 데이터센터는 어떤 원리로 작동할까?
해저 데이터센터 원리는 해수를 활용한 냉각에 있다
해저 데이터센터는 서버와 네트워크 장비를 방수·밀폐 구조물 안에 설치하고, 주변 바닷물을 열을 식히는 데 활용하는 방식이다. 바닷물에 서버를 직접 담그는 것이 아니라, 외부 수압과 염분으로부터 장비를 보호하는 밀폐형 설비를 해저에 설치한다.
일반적인 데이터센터는 서버에서 발생한 열을 공기 냉각기나 냉각수 시스템으로 처리한다.
반면 해저 데이터센터는 주변 해수의 상대적으로 낮은 온도를 열교환에 활용할 수 있어 냉각에 필요한 에너지를 줄일 가능성이 있다.
이때 중요한 것은 해수가 서버에 직접 닿지 않도록 설계하는 것이다. 염분은 금속 부식을 일으킬 수 있고, 수압과 습기는 전자 장비에 위험 요소가 될 수 있다.
따라서 밀폐 용기, 열교환 장치, 전력 공급 설비, 통신 케이블의 안정성이 핵심 기술로 꼽힌다.
바닷속에 설치하면 냉각 비용이 무조건 줄어들까?
해저 설치가 냉각에 유리할 수는 있지만, 전체 운영비가 반드시 낮아지는 것은 아니다. 냉각 전력 절감 효과와 함께 해저 구조물 제작, 설치 선박, 해저 케이블, 고장 대응, 장비 회수 비용을 계산해야 한다.
특히 육상 데이터센터는 서버를 교체하거나 고장 난 부품을 수리하기 쉽지만, 해저 설비는 점검이나 수리를 위해 구조물을 인양해야 할 수 있다.
따라서 해저 데이터센터의 경제성은 냉각 효율 하나가 아니라 설치부터 철거까지의 전체 생애주기 비용으로 판단해야 한다.
마이크로소프트 Natick 프로젝트는 무엇을 증명했을까?
2년 넘게 운영한 실험에서 서버 신뢰성을 확인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프로젝트 나틱(Project Natick)은 해저 데이터센터가 실제 환경에서 작동할 수 있는지 확인하기 위한 연구 프로젝트였다.
2018년 스코틀랜드 오크니 제도 인근 해저에 설치한 2단계 실험 시설에는 서버 864대와 랙 12개가 들어갔다. 전력은 현지의 풍력·태양광·파력·조력 등을 포함한 재생에너지 기반 전력망에서 공급받았다.
마이크로소프트가 공개한 실험 결과에 따르면, 해저 시설의 서버 고장률은 육상 비교군의 약 8분의 1 수준이었다.
연구진은 밀폐 용기 내부에 산소보다 부식성이 낮은 질소를 채운 점과 사람의 출입이나 작업에 따른 물리적 접촉이 적었던 점 등을 원인 후보로 제시했다. 다만 이 결과가 모든 해저 데이터센터에서 동일하게 재현된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기술적으로 성공했지만 상용화는 별개의 문제다
프로젝트 나틱은 해저 서버의 작동 가능성과 운영 신뢰성을 보여줬지만, 마이크로소프트는 2024년 해저 데이터센터 구축을 더 이상 추진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회사는 실험에서 얻은 해저 운영, 진동, 서버 신뢰성 관련 교훈을 다른 데이터센터 기술에 활용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이 사례는 기술이 작동한다는 사실과 사업으로 확장할 수 있다는 판단이 다르다는 점을 보여준다. 상용 데이터센터는 서버를 지속적으로 교체하고 고장을 신속하게 해결해야 한다.
해저 시설을 회수하고 다시 설치하는 비용과 시간까지 고려하면, 냉각 효율과 신뢰성만으로 육상 데이터센터보다 경제적이라고 결론 내리기는 어렵다.
해저 데이터센터는 친환경 데이터센터가 될 수 있을까?
냉각 전력과 담수 사용을 줄일 가능성이 있다
해저 데이터센터가 친환경 데이터센터의 대안으로 거론되는 이유는 냉각에 필요한 에너지와 담수 사용을 줄일 가능성 때문이다. 육상 시설에서 공기 냉각을 위해 사용하는 장비의 부담을 낮추고, 해수를 열교환에 활용하면 냉각 시스템의 효율을 높일 수 있다.
프로젝트 나틱의 실험에서는 해저 시설 주변에서 측정 가능한 수준의 수온 변화가 관찰되지 않았다고 마이크로소프트가 보고했다.
그러나 이는 특정 시설과 실험 조건에서 얻은 결과다. 서버 용량, 열 배출량, 해류, 수심, 설치 위치가 달라지면 환경 영향도 달라질 수 있다.
또한 해저 데이터센터라고 해서 자동으로 탄소 배출량이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실제 친환경성은 서버가 사용하는 전력의 발전원, 냉각 장치의 소비전력, 구조물 제작과 운송에 들어가는 자원, 장비 교체 및 폐기 과정까지 함께 평가해야 한다.
해양 생태계와 열 배출 문제는 어떻게 봐야 할까?
해저 데이터센터의 환경 논란은 해양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에서 시작된다. 서버에서 발생한 열은 최종적으로 주변 해수에 전달되므로, 배출 열이 특정 구역에 집중되면 주변 수온과 생물의 서식 환경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
다만 실제 영향의 크기는 열 배출량과 해류, 수심, 생태계 특성에 따라 달라지므로 현장 측정이 필요하다.
시설 설치와 운영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소음, 해저 서식지 교란, 케이블 설치에 따른 영향, 부식 방지 물질이나 냉각 계통의 누출 위험도 검토 대상이다. 운영이 끝난 뒤 구조물과 전자 장비를 회수하고 재활용하는 절차 역시 환경 관리의 일부다.
따라서 해저 데이터센터의 친환경성을 판단할 때는 냉각 효율만 볼 것이 아니라, 설치 전 환경 조사와 운영 중 수온·생태 모니터링, 사고 대응 계획, 철거 후 해저 복원까지 확인해야 한다.
해저 데이터센터 상용화는 어디까지 진행됐을까?
중국은 상업용 수중 데이터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해저 데이터센터가 연구 단계에만 머물러 있는 것은 아니다. 중국 하이랜더(Highlander)는 하이난성 링수이 인근 해저에 상업용 수중 데이터센터를 구축했고, 2025년에는 고성능 서버 400대 이상을 포함한 추가 모듈을 연결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 시설은 AI 연산과 산업 시뮬레이션, 게임 개발, 해양 연구 등의 작업에 활용되고 있다.
이는 마이크로소프트의 프로젝트 나틱과 구분해서 볼 필요가 있다. 나틱은 기술 가능성을 검증한 연구 프로젝트였지만, 중국의 하이난 시설은 고객 서비스를 목표로 구축된 상업용 사례다.
다만 상업 시설이 존재한다는 사실만으로 모든 지역에서 경제성이 검증됐거나 대규모 보급이 확정됐다고 볼 수는 없다.
국내에서는 울산을 중심으로 국산화 연구가 진행 중이다
국내에서는 한국해양과학기술원(KIOST)과 울산시, 관련 연구기관 및 기업들이 수중 데이터센터 구축 모델을 개발하고 있다.
2025년 11월에는 울산 앞바다 수심 약 20m에 서버 10만 대 규모의 데이터센터 단지를 구현하기 위한 협약이 발표됐으며, 2026년 1월에는 SK텔레콤이 AI GPU 인프라 구축과 서버 운영 분야에 참여하기로 했다. 현재 목표는 2030년까지 모델 개발을 마치고 2031년부터 상용화 단지 구축을 추진하는 것이다.
국내 연구는 단순히 외국의 설계를 복제하는 데 그치지 않고, 해수 냉각, 내압 구조물, 해저 지반 안정성, 전력·통신 공급, 원격 운영과 유지관리 기술을 확보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은 해류를 이용해 별도 펌프 동력을 줄이는 수중 데이터센터 냉각 기술도 공개한 바 있다. 다만 관련 기술의 존재와 실제 대규모 상용 운전 실적은 구분해서 평가해야 한다.
해저 데이터센터가 널리 보급되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유지보수와 총운영비를 낮춰야 한다
해저 데이터센터의 핵심 과제는 설치 이후의 운영이다. 서버와 전력 장비에 문제가 생겼을 때 해저 구조물을 회수하거나 전문 장비를 투입해야 한다면, 냉각에서 절약한 비용이 유지보수 비용으로 상쇄될 수 있다.
이를 해결하려면 장기간 고장 없이 작동하는 서버 모듈, 원격 진단 시스템, 표준화된 구조물, 신속한 회수·교체 절차가 필요하다. 특히 AI 데이터센터처럼 고성능 GPU를 자주 교체해야 하는 환경에서는 장비 업그레이드 주기와 해저 설비의 설계 수명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
친환경성을 검증할 수 있는 실증 데이터가 필요하다
해저 데이터센터가 기존 시설보다 실제로 친환경적인지 판단하려면 냉각 전력뿐 아니라 전체 전력 소비, 탄소 배출, 담수 사용량, 해양 생태계 영향, 구조물의 제작과 폐기까지 비교해야 한다.
설치 지역마다 수온과 해류, 해저 지질 조건이 다르기 때문에 한 지역의 실험 결과를 다른 바다에 그대로 적용하기도 어렵다.
국내 상용화를 위해서는 장기간의 실증을 통해 냉각 효율과 운영 안정성을 확인하고, 해양 환경 모니터링과 비상 대응 기준도 마련해야 한다. 기술 성능과 환경 안전성, 경제성이 함께 검증될 때 해저 데이터센터는 실질적인 친환경 데이터 인프라로 자리 잡을 수 있다.
해저 데이터센터는 바닷물을 냉각에 활용해 데이터센터의 전력과 담수 부담을 줄일 수 있는 유망한 기술이다. 그러나 마이크로소프트 나틱 프로젝트가 보여줬듯 기술적 성공만으로 상용화가 보장되지는 않는다.
중국의 상업 운영 사례와 국내 울산 연구의 진행 상황을 함께 살펴보면, 앞으로의 관건은 냉각 효율 자체보다 장기 운영 비용, 유지보수 체계, 해양 환경에 대한 검증을 얼마나 안정적으로 확보하느냐에 있다.
자주 묻는 질문
Q. 해저 데이터센터는 일반 데이터센터보다 전기를 적게 사용하나요?
A. 해수를 활용하면 냉각에 필요한 전력을 줄일 가능성이 있습니다. 다만 서버 자체의 전력 소비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며, 펌프와 전력 설비, 통신 장비 등의 소비전력도 함께 계산해야 합니다.
Q. 해저 데이터센터는 바다를 오염시키지 않나요?
A. 서버에서 발생한 열이 해수로 전달되므로 설치 위치와 배출 열량에 따라 주변 환경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습니다. 실제 영향을 판단하려면 수온과 해양 생물 변화를 장기간 측정하고, 누출 및 구조물 회수 계획까지 검토해야 합니다.
Q. 한국에서도 해저 데이터센터를 이용할 수 있나요?
A. 울산을 중심으로 수중 데이터센터 모델 개발이 진행 중이며, 현재 공개된 계획은 2030년까지 모델 개발을 완료하고 2031년부터 상용화 단지 구축을 추진하는 것입니다. 이는 향후 목표 일정이므로 실제 서비스 개시 시점은 연구와 실증 진행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